2025년 한 해, NewsGuard가 추적한 AI 뉴스 사이트는 1,200개를 넘었다. 사람을 흉내 낸 저자 프로필, 가짜 인용, 짜깁기 정보로 운영되는 자동 콘텐츠. 영문 구글 검색 결과 첫 페이지의 약 30%가 AI 생성 글로 채워졌다는 추정도 있다.
역설은 여기서 시작된다. AI가 양산할수록, 사람이 쓴 글의 시장 가치가 올라간다.
1. ‘AI 슬롭(slop)’의 등장
‘AI 슬롭’은 양은 많고 가치는 낮은 AI 생성 콘텐츠를 가리키는 신조어다. 영문 매체 The Verge가 2024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가전 리뷰, 여행 가이드, 건강 정보 – 사용자가 답을 찾고 떠나기 쉬운 영역부터 슬롭이 채워졌다.
HouseFresh 같은 전문 리뷰 매체는 2024년 3월 한 달 만에 트래픽 91%를 잃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AI로 양산된 짝퉁 리뷰가 검색 결과 상단을 점령했고, 사람이 만든 콘텐츠는 두 번째 페이지로 밀려났다.
2. Google E-E-A-T의 강화
Google이 답한 방식은 알고리즘이었다. E-E-A-T는 네 가지 머리글자다 – Experience, Expertise, Authoritativeness, Trustworthiness. 첫 ‘E'(Experience)는 2022년 12월에 추가됐다. 실제 경험이 있는가가 가장 중요한 신호가 됐다.
2024년 3월 Core Update는 분기점이었다. 사이트 트래픽이 80% 이상 빠진 사례가 줄을 이었다. 공통점은 하나였다 – 실제 저자가 누군지 모르고, 실제 경험에 기반하지 않은 콘텐츠였다.
3. 다시 비싸진 1차 자료
모델이 인용하는 콘텐츠와 검색이 끌어올리는 콘텐츠가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1차 자료, 직접 인터뷰, 실제 경험. 이 세 가지가 다시 비싸졌다.
1차 자료는 자사 데이터, 실험 결과, 직접 측정한 수치. 직접 인터뷰는 익명 코멘트가 아니라 이름과 직책이 명시된 발언. 실제 경험은 그 제품을 써본 흔적, 그 장소를 가본 기록, 그 일을 해본 자국이다.
4. 신뢰 신호가 가진 비용
신뢰의 신호는 비싸다. 1인 인터뷰 한 편을 잡고 다듬는 비용이 약 27만원~67만원(USD 200~500). 같은 분량의 AI 생성 글은 약 7천원(USD 5) 안팎. 100배 이상 차이가 난다.
그러나 시장은 그 가격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비싼 콘텐츠가 더 멀리 간다. 검색 상단, 모델 인용, SNS 공유 – 세 채널 모두 신뢰 신호가 분명한 콘텐츠를 끌어올린다.
5. 한국 검색 시장의 특수성
한국에서 AI 슬롭 문제는 두 배다. 네이버 블로그에 광고성·홍보성 글이 누적된 위에 AI 콘텐츠가 얹혔다. 네이버는 자체 필터링 강화로 대응 중이지만, 사용자 신뢰 회복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구글 코리아는 영문 시장보다 한 박자 늦지만 같은 방향이다. 한국어 검색에서도 E-E-A-T 기반 순위 변화가 2025년 후반부터 가속됐다. ‘실명 + 사진 + 프로필 링크’ 세트가 한국어 검색에서도 가산점 신호가 됐다.
6. 다시 채용되는 직군
콘텐츠 마케팅 팀의 채용 패턴이 바뀌고 있다.
- 에디터 – AI 생성 초안을 사람의 문체로 다듬는 사람.
- 팩트체커 – 인용·수치·이름을 검증하는 사람.
- 인터뷰어 – 1차 자료를 끌어오는 사람.
- 도메인 전문가 – 글에 실제 경험을 보태는 사람.
사라진 직군은 카피 어시스턴트, 단순 블로거. 양산이 가능한 영역은 AI가 가져갔고, 사람이 해야 하는 영역의 가격이 올라갔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영문 검색의 30%가 AI 콘텐츠라는 사실은 위협이 아니라 가격 신호다. 시장은 사람이 쓴 글에 새로운 프리미엄을 매기는 중이다.
AI 콘텐츠는 단순히 양산되는 글이 아니다. 사람이 쓴 글의 가격을 끌어올리는 시장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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