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퍼널은 죽지 않았다. 다만 모양이 바뀌었다. AIDA로 대표되는 선형(linear) 모델은 소비자가 광고를 보고 → 관심을 갖고 → 구매를 결정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소비자의 구매 여정은 훨씬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하다.
선형 퍼널의 붕괴
Google이 발표한 ‘Messy Middle’ 개념은 기존 퍼널 모델에 결정적인 균열을 냈다. 소비자는 인지(Awareness)와 구매(Purchase) 사이에서 끝없이 탐색(exploration)과 평가(evaluation)를 반복한다. 인스타그램 릴스에서 제품을 발견하고, 유튜브 리뷰를 보고, 네이버 블로그를 읽고, 다시 인스타로 돌아와 DM을 보낸다. 이 과정은 순서가 없다.
실제로 필자가 운영한 D2C 브랜드 캠페인 데이터를 보면, 최종 전환까지 평균 터치포인트가 7.3개였다. TOFU-MOFU-BOFU처럼 단계별로 예산을 나누는 방식으로는 이 복잡한 여정을 커버하기 어렵다.
2025년 퍼널의 새 프레임: 루프(Loop)
선형 퍼널 대신 ‘루프’ 모델이 유효하다. 구조는 단순하다.
- Discovery Loop — 브랜드를 처음 만나는 모든 접점. 숏폼, 검색, 구전(WOM).
- Consideration Loop — 비교·검증의 반복. 리뷰, 콘텐츠, 커뮤니티.
- Purchase Trigger — 결정을 당기는 단 하나의 계기. 할인, 사회적 증거, 긴급성.
- Retention Loop — 구매 후 재구매와 추천으로 이어지는 사이클. 여기가 가장 저평가된 구간이다.
이 프레임에서 중요한 것은 각 루프마다 KPI를 다르게 설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Discovery는 도달률과 시청완료율, Consideration은 콘텐츠 체류시간과 제품페이지 방문율, Retention은 재구매율과 NPS.
예산 배분: 상단 50 / 중단 35 / 리텐션 15
많은 퍼포먼스 마케터들이 하단 퍼널(구매 직전)에 예산을 몰아넣는다. 측정이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단기적으로는 효율적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브랜드를 소모시킨다. 리타겟팅만으로는 새로운 수요를 만들 수 없다.
필자가 권장하는 예산 배분은 상단(인지·디스커버리) 50% / 중단(고려·전환) 35% / 리텐션 15%다. 카테고리 리더십이 있는 브랜드라면 리텐션 비중을 더 높여야 한다.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 비용은 신규 획득 비용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실전에서 쓰는 도구들
- GA4 + BigQuery — 다중 터치포인트 분석, 사용자 경로 시각화.
- Amplitude / Mixpanel — 리텐션 코호트 분석, 이탈 지점 특정.
- Meta Advantage+ — 알고리즘이 퍼널 단계 구분 없이 최적화. 단, 브랜드 세이프티 설정 필수.
- CRM 자동화(Braze, Klaviyo) — 구매 후 30일 이내가 재구매 전환의 골든 윈도우.
결론: 퍼널을 버리지 말고, 다시 정의하라
퍼널을 폐기하는 게 아니라 업데이트해야 한다. 소비자 여정이 비선형화될수록, 마케터가 해야 할 일은 모든 루프에서 브랜드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것이다. 일관된 메시지, 각 접점에 맞는 포맷, 그리고 데이터로 검증하는 반복. 이 세 가지가 2025년 퍼널 전략의 핵심이다.
— 최태형, Greg Company 대표